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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의 활용

한지의 활용

hanjipaper | 2014.12.09 17:05 | 조회 2265



 

‘문인들의 서재에 꼭 있어야 할 네 가지 벗’을 아시나요? 그것은 바로 붓•먹•종이•벼루입니다. 서재에서 쓰이는 네 가지 도구를 문방사우(文房四友) 혹은 사우(四友)라고 하여 사람에 빗대어 표현하였다니 재미있지 않나요? 이처럼 한지는 서예나 그림을 그릴 때 빼놓을 수 없는 재료였습니다. 한지는 질감 표현이 뛰어나 작가의 순간적인 표현이나 움직임을 잘 반영하여 담아낼 수 있고, 뒷면에 염료를 칠하여 그것이 그림의 앞으로 은은하게 스며 나오게 하는 표현이 가능합니다. 또한 아주 적은 물기에도 촉촉하게 배어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먹의 진하고 흐린 정도에 의해 엷게 또는 진하게, 또한 먹물의 번짐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을 한번 같이 볼까요? 이 작품은 김문태 작가의 열정(Passion)이라는 작품입니다. 한지에 수묵 담채로 표현하였는데 아주 간단한 선으로 ‘열정’이라는 글씨를 아주 생명력 있게 잘 표현하였습니다. 이처럼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형태를 선으로 그린 후 색을 칠하는 방법과는 다르게 간결하고 집약적으로 힘 있게 느껴지는 것, 붓의 속도와 변화 그리고 여백의 느낌이 강조되어 깊이 사색하게 되고 기교적이면서도 우아한 화풍을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위에 설명한 한지의 특성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한지에 붓을 사용해서 그리는 그림의 터치감은 선과 선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조형의 형태를 갖게 되며 적은 붓으로도 형태가 나타남은 물론이고 농담까지도 한 번에 표현됩니다. 이 작품에서도 그림의 아래쪽에서 먹의 색이 시작되면서 위로 갈수록 점차 색상이 옅어지는데 이와 같이 전체적으로 농담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먹의 번짐 또한 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기가 없는 붓을 문지르듯 그려서 먹이 묻은 부분과 묻지 않은 부분이 한 획에 함께 나타나 거친 효과를 내기 때문에 담백하면서도 다양한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림의 왼쪽 상단에 화려한 색채를 더해 경쾌한 느낌을 주어 제목 그대로, ‘열정’이 느껴지지 않나요?





 한지는 자연과 함께 숨을 쉬는 자연의 재료입니다. 이와 같은 한지의 우수성은 우리의 전통 한옥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한옥을 지을 때 천장, 벽, 창문, 바닥에 한지를 사용하여 마무리하였는데 천장과 벽에는 도배지로 도배를 하여 불필요한 소리를 차단하고, 따뜻함을 유지하고, 습도를 조절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창문 등 모든 입구에 바른 창호지는 따뜻함을 유지하고 및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고, 바람이 잘 통하게 하는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창호지의 가장 큰 장점은 현대 문명 기술이 만들어 낸 어떤 종류의 창문 재료보다 실용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창호지는 눈에 안 보이는 무수한 구멍이 있어 방문에 발라두면 환기는 물론, 방안의 온도와 습도까지 자연적으로 조절됩니다. 또한 습기가 많으면 그것을 빨아들이고 공기가 건조하면 습기를 내뿜어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게 하여 창호지를 ‘살아 있는 종이’라고도 합니다. 창호지가 자연 현상에 이처럼 반응하는 성질은 바로 자연에서 얻은 재료, 즉 ‘닥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창에는 햇빛을 받아들이거나 바람이 잘 통하게 하기 위해 하나의 창호지를 바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창에 바르는 한지는 공기를 정화시키고 방 안과 밖의 압력의 차이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환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살의 안쪽에서 창호 마감을 하였기 때문에 외부에서 바라보면 문살의 선적인 아름다움이나 문양이 그대로 드러나고, 안에서는 밖의 빛이 투과되면서 창의 무늬를 부각시켜 은은한 멋을 더하였습니다. 우리 옛 선조들은 창호지를 바른 후 풀을 탄 물을 뿌려 보풀을 가라앉히고 구멍을 막아 빳빳하게 마르도록 하여 들기름을 가볍게 발라 비에 젖어도 찢어지지 않게 하였습니다.

 한지를 도배지로 사용할 경우 여러 겹을 발라 사용하였으며, 색에 있어서는 백색을 선호하였습니다. 색의 명도가 높으면 악한 기운으로부터 보호받고 복이 들어온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촛불이나 호롱불과 같이 낮은 조도의 실내를 조금 더 밝게 하려는 의도가 있기도 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오래된 책을 이용한 문자가 씌여 있는 종이, 자연 상태 그대로의 꽃이나 풀을 눌러서 말린 압화를 한지와 한지 사이에 넣어 만든 종이 등으로 벽을 마무리하기도 하였습니다.

 실내 공간의 바닥에 쓰는 장판지는 한지를 여러 겹으로 겹치고 마감으로 콩기름이나 들기름을 먹여 윤이 나도록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광택이 있으면서도 매끄러운 표면을 지녔는데 기름칠을 하는 수에 비례해 원하는 색을 만들 수 있었고, 창호지나 도배지에 비해 무게감 있는 색상으로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한지는 섬유 사이에 무수한 구멍이 있으면서도 적당한 공간을 가지고 있어서 보온성이 뛰어납니다. 옛날에는 날씨가 추워지면 과거 우리 선비들은 읽고 난 책들을 모아 함경도나 평안도 지방의 변방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보내주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 책장을 뜯어 속옷을 지어 입거나 솜 대신 옷 속에 누벼서 조금이나마 추위를 면해보라는 온정이 가득한 선물이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섬유가 귀하던 시절에는 이 종이 옷을 변방의 병졸들이 방한복 대용으로 입었다 해서 주지의(收紙衣)라 불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또한 종이신은 미투리 또는 지혜(紙鞋)라 하여 종이를 갸름하게 자른 다음 노끈으로 꼬아 만들었는데 당시 장안의 최고 멋쟁이로 통하던 양반들에게 인기를 끌만큼 그 맵시가 으뜸이었습니다. 조선의 19대 임금인 숙정 9년에는 양반들이 종이신을 신는 것을 멋으로 알고 시중에 신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를 만들어 파는 자들이 많았고, 사대부 집들에는 책 도둑이 극성이라 하니 철저히 단속하라는 어명이 내려졌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한지와 함께 해왔습니다. 처음 아기의 출생을 알리기 위해 대문에 거는 금줄에 숯, 고추 등과 함께 한지를 꽂았으며 아기의 백일을 축하하기 위해 백설기 떡을 만들 때도 시루 밑바닥에 한지를 깔았습니다. 글을 배우게 되면 한지로 만든 서책을 접하게 되고 또한 한지로 만든 연을 날렸으며 닥나무 껍질로 줄을 만들어 팽이를 치며 놀았습니다. 결혼할 때는 한지 혼서(婚書)에 사주를 적어 가정을 일구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운명이 다하면 한지로 염을 했고 장례 행렬에서 만장(輓章_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글을 쓴 깃발)을 뒤로 하고 한지 지전(돈 모양의 종이)을 뿌렸습니다.  

사주단자 및 혼서지 : 사주단자는 혼인이 정해진 뒤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신랑의 사주를 적어 보내는 종이이고 혼서지는 혼인할 때 신랑 집에서 예단과 함께 신부 집에 보내는 편지입니다.

옷본 : 시집갈 때 여성들은 한지로 만든 옷본을 가지고 갔습니다.


이외에도 책이나 불경을 제작하거나 다양한 공예작품을 만들고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용품들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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